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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미술/외국 근현대미술

공포와 광기에 집착한 영국의 작가 'Francis Bacon (프란시스 베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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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a Crucifixion (1994) Francis Bacon

위 작품은 영국 런던에 있는 테이트 브리튼 (Tate Britain) 미술관의 1940년대 분야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이다. 테이트 브리튼은 다른 테이트 그룹 내 미술관들 보다는 규모가 조금 작지만, 영국 작가들의 작품들만 전시를 한 특색 있는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미술관에 입장하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대별로 나뉘어서 전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40년대 전시 공간을 들어가게 되면 위 그림이 바로 정면에 보이는데, 아마 멀리서도 관람객들에게 자극적인 충격을 주기 위해 배치를 해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십자가 처형의 근거가 되는 형상을 위한 세 가지 습작'은 프란시스 베이컨이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는 수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해당 작품으로 대학교 생활 때 짧은 에세이를 작성한 적이 있었는데,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형상과 붉은 배경을 바탕으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색의 조화 그리고 불안한 표정을 각기 나타내고 있는 형상들은 나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Francis Bacon (1909-1992)

위 작품이 완성되고 나서, 대중에게 공개가 되었을 때 프란시스 베이컨은 수많은 평론가들과 동시대의 작가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았었다. '십자가 처형의 근거가 되는 형상을 위한 세 가지 습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작품의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다분히 종교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듯한 작품으로 생각되지만, 실제 그림에서는 어디에도 십자가 처형과 연관이 되어 있는 기독교적인 상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십자가 처형이라고 하면, 보편적으로 예수의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저 작품 어디에도 십자가와 예수 혹은 그 외 종교적인 이미지는 표현되어 있지 않다. 작품의 제목으로만 대중들의 관심을 얻고 명성을 얻고자 한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들은 대부분 비이성적이고 논란의 소지를 다분히 갖고 있는 주제들, 종교적인 상징들, 교황, 동성애, 괴생명체, 히틀러, 나치즘 등을 다루고 표현하였다. 그때마다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프란시스 베이컨의 이러한 논란을 일으키는 주제들은 그를 영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Two Figures (1953), Francis Bacon / Motion Study of men wrestling (1872-1885), Eadweard Muybridge

왼쪽의 작품은 두 남성이 사랑을 나누는 듯한 장면을 묘사한 그림으로 보인다. 실제로 동성애자였던 프란시스 베이컨은 동성애를 묘사하는 그림들을 주로 그렸다. 직선으로 표현된 제한된 공간 속에서, 지저분해 보이는 침대 위에서 나체로 뒹굴고 있는 2명의 남성은 즐거운 것인지 불안해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림 속에서 관람객들을 노려보고 있다. 사실 프란시스 베이컨의 'Two Figures' 작품만 감상을 한다면, 불안감과 공포감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왼쪽의 그림은 오른쪽의 사진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보인다.

 

Eadweard Muybridge (1830-1904)는 영국 태생의 사진작가이며, 사진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고속도의 사진기를 사용하여 인간이나, 동물들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육안으로는 보기 힘든 세밀한 동작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제작했다. 마이브리지의 작품들이 지금처럼 사진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19세기 말 서양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역동적이고 세밀한 사진들은 로댕이나 뒤샹 그리고 프란시스 베이컨과 같은 근현대 서양 작가들에게 초현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심어주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다. 

 

Second Version of Triptych 1944 (1988), Francis Bacon

'십자가 처형의 근거가 되는 형상을 위한 세 가지 습작' 시리즈를 자세히 보면, 3가지의 형상들 혹은 괴생명체들이 서로 각기 다른 표정이나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위 작품을 통하여 인간 본연의 감정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수많은 인간의 감정들 중에서 슬픔, 공포, 분노 이 3가지 감정이 인간 내면을 나타내는 가장 기초적인 감정이며, 이를 가장 효과적이고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인간의 형상을 닮은 생명체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나 그는 비명을 지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 분노하는 것이 인간의 감정 중 가장 인간적인 표현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프란시스 베이컨의 생각은, 그의 작품 대부분에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Study for a Portrait (1952), Francis Bacon / Battleship Potamkin (1925), Sergei Eisenstein / Study after Vela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 (1953), Francis Bacon

프란시스 베이컨의 대부분의 작품들 속에서, 그가 표현한 형상들은 크게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에이젠슈타인이라는 감독의 'Battleship Potamkin'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영화에서 눈에 상처를 입고 비명을 지르는 여자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이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본인의 예술 작품에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나 베이컨의 'Study for a Portrait' 작품은 저 여성의 이미지가 가장 많이 녹아든 작품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명 지르는 형상들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또 다른 종교적인 시리즈인 'Pope' 시리즈에도 적용된 표현법이다. 

 

Three Studies for a Crucifixion (1965), Francis Bacon

십자가 처형이라는 주제를 갖고, 프란시스 베이컨은 다양한 형상과 이미지들을 접목시켜 표현하였다. 하지만 그의 Crucifixion이라는 제목의 작품들 속에서, 정작 십자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가장 종교적인 이미지인 십자가 처형이라는 주제를 수많은 작품에 적용하고 표현하였지만, 정작 그 이미지와 개념을 나타내는 관념적 이미지는 표현하지 않았다.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자면, 십자가에 못을 박는 행위 자체가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통상적으로 종교적인 행동이자 이미지로 인식이 되고 있다. 하지만 프란시스 베이컨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십자가라는 존재 그 자체를 제거하므로, 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신이 없는 세계 'Godless'를 표현하길 원했다. 그에게 있어 'Crucifixion' 십자가 처형이라는 단어 혹은 형상은 종교적인 의미보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감정 (슬픔, 공포, 분노)을 나타내는 하나의 매개체로서의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a Crucifixion (1994) Francis Bacon

위에서 표현된 프란시스 베이컨의 의도를 이해하고 나면, 위의 기괴한 형상들은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고 신성모독의 이미지로서 표현된 것이 아닌, '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원초적인 감정'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신이 없는 곳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성을 조절할 수 없는 동물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십자가와 연관하여 또 다른 종교적인 해석 또한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존재한다. 위 '십자가 처형의 근거가 되는 형상을 위한 세 가지 습작'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테이트 브리튼을 방문하면, 일반인의 눈높이에 전시가 되어 있다. 작품이 전시된 높이 혹은 위치가 프란시스 베이컨에 의하여 의도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나, 저 작품에 십자가 혹은 종교적인 상징이 표현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그림을 지금 보고 있는 '우리 자신들'이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을 당하고 있는 순례자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저 기괴한 형상들은 순례자인 '우리'가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당하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고, 종교적 지도자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거나, 순례자를 죽였다는 것에 두려워하고 있거나,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우리'의 죽음을 지켜보며 분노를 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Triptych: Three Studies of Isabel Rawsthorne (1968), Francis Bacon / The girls of Avignon (1907), Pablo Picasso

프란시스 베이컨의 표현법 중에 인간의 신체를 고깃덩어리처럼 극심하게 왜곡시켜 표현하는 것이 있는데, 이는 파블로 피카소의 화법으로부터 영향받았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 둘의 차이점은, 피카소는 사람 혹은 사물을 뾰족한 직선 위주로 딱딱하게 표현했다면,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들은 형상들을 원형 위주의 뭉개지는 평면적인 이미지들을 나타낸다. 베이컨의 뭉개지는 듯한 평면적인 표현법은 마치 인체 해부도를 보여주는 듯한 기괴함을 지니고 있다. 

 

Last Judgment (1467), Hans Memling / Crucifixion Triptych with St. Mary Magdalene (1440-45), Rogier Van Der Weyden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세 가지 습작 시리즈의 구성, 'Triptych (삼면화)'는 15세기 고딕 미술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삼면화라고 하는 구성은 기독교의 교리 중 하나인 '삼위일체', 즉 하나의 신이 성부, 성자, 성령 세 가지의 상태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뜻의 단어인데, 이를 기반으로 기독교적인 장면이나 상징을 그림에 나타내는 기법이다. 위의 고딕 시대에 표현된 전통적인 삼면화 작품들은 단조로운 구성과 이야기들을 갖고 있었다. 삼면화 중 중앙에 있는 그림에는 주제의 중심이 되는 형상 및 이미지를 표현하고, 좌 우로는 중앙의 이야기를 보조해주거나 이해를 돕기 위해 표현되는 한정적인 역할을 하는 상징들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에 반해, 프란시스 베이컨의 삼면화 작품들은 중앙의 그림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닌, 각각의 3가지 그림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 및 상징들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형상들이 '삼위일체'라는 관념 아래에서, 성부, 성자, 성령 세 가지를 따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중앙의 그림이 주가 되는 전통적인 고딕 형식의 삼면화 작품보다, 하나의 주제 혹은 제목 속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연결되어 있지 않는 형상들을 표현한 프란시스 베이컨의 삼면화 작품들이 오히려 전통적인 삼면화 작품들보다 기독교적 교리인 '삼위일체'를 더욱 투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Lucian Freud (1922-2011) / Benefits Supervisor Sleeping (1995), Lucian Freud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준 다른 동시대 작가로는,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지그문트 프로이트 ( 1856-1939)의 후손인, 루시안 프로이트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루시안 프로이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그의 대표 화풍은 위의 'Benefits Supervisor Sleeping' 작품처럼 사실주의 (Realism)을 기반으로 하고 붓의 거친 질감과 두께감이 느껴지는 기법을 사용하였다. 사람의 관점에 따라 위 작품을 보는 시각이 다르지만, 해당 작품의 모델의 미적 요소에 대하여 논하기 전에, 사물 혹은 대상의 모습을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집중한 작품이다. 두텁고 질감이 느껴지는 프로이트의 묘사법은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기괴함 (Grotesque)을 선사하고 있다. 

 

Girl with a Kitten (1947), Lucian Freud / Lucian Freud in his Studio

프로이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질감을 내세운 그로테스크한 화풍은 그의 초기 작품을 보면 찾아보기가 어렵다. 왼쪽의 작품과 같이 오히려 얇은 선을 표현하며 비현실적인 이미지들을 표현하였는데, 그의 작품 내에서 무표정하고 기괴함을 보여주고 있는 상징물들은 오히려 프로이트를 초현실주의 작가로의 길을 걷게 하였다. 프로이트가 활동하던 당시 미술계는 초현실주의 화풍이 유행하였고, 그 또한 흐름에 맞게 작품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날 돼지털을 이용한 두꺼운 두께의 붓으로 작품을 그린 후, 그 특유의 질감에 매료되었고 그의 전형적인 화풍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프로이트의 대부분의 유명한 작품들은 인간의 신체, 특히 누드화가 대부분인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인간 본연의 모습과 내재된 감정이 모든 것을 걸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발현된다고 한다. 여담으로 그의 작품 속의 인물들은, 주변인들 혹은 가족들을 위주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Francis Bacon with Lucian Freud / Three Studies of Lucian Freud (1969), Francis Bacon

인간의 신체를 고깃덩어리처럼 표현하는 것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체로서의 신체야말로 인간의 타고난 내면의 감정과 야수성 같은 것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두 명의 작가들, 베이컨과 프로이트는 친구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 연관되어 있는 공통된 주제를 갖고 있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화풍으로 활동하는 동시대 작가였던, 베이컨과 프로이트는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전달하여 주거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다른 사람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약간 소심한 성격을 지녔던 탓에 친한 동시대 작가들이 몇 명 없었다고 한다. 이와 달리 프로이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당대의 유명한 작가들, 앤디 워홀, 데이빗 호크니 등 과 다양한 유명인사들과 예술적인 친교를 맺었다.

 

베이컨이 친구였던 프로이트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의 작품인 '루시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습작'에서 볼 수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 특유의 제한된 공간 속에서 왜곡된 면과 선의 경계에 따라 살아있는 고깃덩어리 혹은 형상으로 표현된 프로이트는 각각 다른 각도에서 다른 포즈로 표현되어 있다. 베이컨이 친구를 위해 그린 이 작품은 2013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42.4 million (USD), 한화로 약 1600억 원에 낙찰된 이력이 있으며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2015년 피가소의 'The Women of Algiers (1965)' 작품이 $179.4 million (USD) 가격으로 낙찰되며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였다.  

 

Francis Bacon with George Dyer / / Portrait of George Dyer Talking (1966) Francis Bacon

다른 동시대의 유명한 작가들처럼, 프란시스 베이컨 또한 그만의 예술적 뮤즈 (영감을 주는 존재)가 있었다. 동성애자였던 베이컨은 George Dyer라는 연인이 있었는데, 둘이 만나게 된 계기가 굉장히 독특하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업 성향은 그렇게 성실하지 않은 편이라, 본인의 감정이 내키는 순간에 따라 작품을 그리는 게 다반사였다. 며칠을 밤새며 작업을 하다가도 내키지 않으면 붓을 놓아버리는 순수한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작가였다. 이러한 베이컨에게 모두 잠이 든 조용한 새벽은 본인이 지니고 있는 예술적 감정을 표출하기에 최적의 시간이었다. 새벽에 혼자 화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베이컨에게 불현듯 강도가 침입을 하였고, 이 강도가 베이컨의 뮤즈인 조지 다이어였다.

 

본인을 해하려고 한 강도와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재미있는 점은 조지 다이어 본인도 예술가적 기질이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베이컨의 옆에서 같이 작품 활동을 하며, 서로 연인으로서 혹은 예술적 동료로서 영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베이컨과 조지 다이어와의 연인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는데, 위에 서술한 '십자가 처형의 근거가 되는 형상을 위한 세 가지 습작' (1994) 작품 이후로 베이컨이 예술가로서 명성을 얻고 유명세를 얻자, 그의 든든한 동료였던 조지 다이어는 베이컨이 유명해지자 자신의 예술적 능력의 한계를 느끼며 자괴감에 빠져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인의 자살 이후,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들은 더욱 어둡고 기괴해졌다. '조지 다이어에 대한 초상'이라는 작품은 2014년 크리스티 런던에서 £42,194,500 (GBP), 한화로 약 750억 정도에 판매가 된 이력이 있다. 

 

Photographs, including ones of Nazi soldiers, found in Bacon's studio / The face of Hermann Goering and one of Bacon’s surreal creatures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할 1940년대는, 2차 세계대전으로 전 세계가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던 시대였다. 베이컨은 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치의 정치적 선전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는 그의 작품 활동에 고스란히 나타나게 되었다. 실제로 프란시스 베이컨의 화실에서 나치와 관련된 선전물들이 발견되었고,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십자가 처형의 근거가 되는 형상을 위한 세 가지 습작' (1994)에도 3가지 형상 중 하나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나치의 장군 중 하나였던 Hermann Goering (1893-1946)의 연설하는 모습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Captured image from 'Francis Bacon and Nazi Propaganda' (2013) Martin Hammer / Photo of Julius Streicher

해당 형상에 대한 또 다른 해석으로는, '십자가 처형의 근거가 되는 형상을 위한 세 가지 습작' 작품을 X Ray로 찍어보니 제복을 입고 있는 알 수 없는 형체가 보이는데, 이 형상은 세 가지 습작의 기괴한 형상을 그리기 전에 밑그림으로 그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 형상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한데, 가장 유력한 것으로는 나치의 연설가였던 Julius Streicher (1885-1946)의 모습과 가장 유사하다고 한다. 프란시스 베이컨과 나치의 연관성에 관한 내용은, Martin Hammer의 'Francis Bacon and Nazi Propaganda'라는 책을 참고하였다. 

 

Figure in the Sea (1957), Francis Bacon

누구나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잊지 못할 작품이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Figure in the Sea'는 앞으로도 나에게 있어 최고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런던에 있는 Ordovas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 봤던 작품이었는데, 저 작품을 직접 보고 며칠 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많은 명화들을 직접 보았지만, 베이컨의 'Figure in the Sea'를 보았을 때의 감정을 능가하는 작품은 아직 본 적이 없다. 혹시라도 기회가 생긴다면, 저 작품을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이러한 경험으로 나에게 있어 프란시스 베이컨은 조금 의미 있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작성했던 에세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이며, Rina Arya의 Francis Bacon: Painting in a Godless World (2012)라는 책으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