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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미술/한국 근현대미술

윤형근, 이우환, 박서보를 통하여 본 '단색화'의 역사와 가치: 2007년부터 2017년까지의 단색화 시장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한국의 근현대 미술을 상징하는 화풍 '단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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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으로부터, 이우환, 1980

한국 근현대미술과 관련하여 대학원 졸업 논문으로 제출한 글을 블로그에 작성하려고 한다. 단색화를 공부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단색화'라는 화풍은 1970년대를 시작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을 이룬 단색을 이루는 미니멀즘계의 추상화 작품들을 나타내는 단어이며, 한국의 미니멀리즘 혹은 한국의 모노크롬 회화라고 불렸다. 2000년 <한일 현대미술의 단면>이라는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윤진섭 (1955~)이 처음으로 정의한 용어이며,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라는 전시회 이후로 본격적으로 한국어 명칭인 '단색화' 그리고 영문으로 'Dansaekhwa'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추상화를 기본 바탕으로 하고, 단색으로 표현된 작품이라는 주제 내에서 적용이 가능한 혹은 불가능한 작품의 범주를 정하기 어렵다. 흔히들 말하는 유명 단색화 작가들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 김환기, 정창섭, 하종현, 김창열)의 작품들만 보아도, 어떠한 명확한 공통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던 현재 한국 근현대미술을 나타내는 화풍이며, 전 세계에 최초로 혹은 유일한 혹은 마지막으로 한국의 미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미술계의 트렌드라고 말할 수 있다. 

 

물방울, 김창열, 1982 / Untitled, Donald Judd, 1980

단색화의 명칭에 의하면, 단색으로 이루어진 단조롭지만 색의 분명한 대비와 간결함을 나타내는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위의 김창열 작가의 작품만 보아도, 단색화라는 화풍이라기 보다는 정물화 혹은 사실주의 화풍에 가까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한국적인 정서에 걸맞은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고 하면 그 또한 단색화를 정의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혹은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가인 Donald Judd가 주창한 아무것도 장식되지 않은 형태와 구조, 그 자체가 가진 심플함이 제공하는 아름다움을 한국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CBS 선데이 모닝≫ 방송을 위해 <자석 TV>를 설명하는 백남준, Paul Garrin, 1982 / 접합, 하종현, 2014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예술을 통하여 전세계적으로 알린 케이스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최초라고 생각한다. 백남준이 보여준 화려하면서도 충격적이었던 퍼포먼스 작품들, 그리고 영상을 통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디오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비디오 아트를 공부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 위대한 스승으로써 여겨지고 있다. 오히려 백남준 같은 경우, 국내에서보다 해외 예술계에서 더욱 알아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소개되기도 한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이후, 전 세계 예술계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단색화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에 한국의 화풍이 주목을 받았던 적은 없었으며, 지금도 뜨거운 이 단색화 열기는 대한민국의 예술을 알리는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러한 단색화의 열기가 예술론적이 아닌, 경매장과 딜러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물질적 가치로서의 잣대로만 평가되는 것이 안타깝다. 

 

2013년 홍콩 아트바젤의 전경

단색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이전에는 그때 당시 대한민국 정부의 미술계를 위한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 도움과 시도들이 있었고, 국가적 예술 화풍으로서 한국 미술 시장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단색화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홍콩에서 열린 아트 바젤이 단색화 작가들을 세계에 알린 첫걸음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주로 윤형근, 박서보, 이우환 작가들에 의하여 단색화 시장이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이후 2014년과 2015년에 열린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홍콩시장에서의 성공적인 단색화 판매가 이러한 국제적 위상을 알리는데 더욱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2016년과 2017년부터 시작된 위작 스캔들로 인하여 예술 시장 내에서의 단색화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위기를 맞게 된다. 앞으로 다룰 글에서는 단색화의 간략한 역사와 부흥기, 쇠퇴기 그리고 단색화의 바톤을 이어갈 대체 작가들에 대하여 적으려 한다. 하지만 논문이 작성되었던 시기는 2018년이었으며, 아직 단색화의 쇠퇴기가 도래했다고 하기에는 조금 이른 것 같다. 

 

ECHO 22 - I #306, 김환기, 1973

나는 단색화라는 화풍이 김환기 작가의 작품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질서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무수한 점들은 마치 밤하늘의 우주를 보고 있는 듯하다. 물론 김환기라는 작가의 단색화 시장 내에서의 엄청난 가치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만, 미술 시장을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물질적 가치가 아닌 작품을 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개인의 오묘한 느낌과 감정을 경험하길 바란다. 그것이 설령 무수한 별을 갖고 있는 우주가 아닌 다른 형체 혹은 느낌이더라도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경험 혹은 다시 꼭 보고 싶은 작가의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성하는 글들이 조금이라도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