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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미술/한국 근현대미술

4. 윤형근 (Hyung-keun Yun): 흑색과 백색이 주는 원초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단색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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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 (1928-2007)은 한국 역사에 있어 두 어두운 시기를 다 경험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근 현대 작가이며 어찌보면 단색화 화풍 작가들 중 가장 '단색'이라는 단어와 부합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윤형근 작가

윤형근은 1957년 홍익대학교에서 공부하였고 1960년대 한국의 추상화 열풍을 직접 겪었으며 장인인 김환기 (김환기 작가가 장인이라니 와 이거 완전 학연지연 아니냐???) 또한 사위인 윤형근의 예술 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윤형근 또한 김환기 작가의 초기 단색화 작품들을 보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이거 완전

 

청색 1972

윤형근의 명동 갤러리에서 1973년에 열린 두번째 전시에서 그의 장인이었던 김환기의 영향을 볼 수 있는 작품이 걸렸다.

이 전시에서 윤형근은 약 20점의 작품들을 전시했는데, 각 그림들이 각각 다른 색을 표현하는 일종의 시리즈 같은 전시였다. 왠지 이 작품을 보니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떠오르는데...

 

이우환, 선으로부터, 1976

우환이형님 잘 지내시죠? 위작건은 잘 됬어요? 아 아닌가 하여간에 비슷해보이는건 기분탓?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김환기 Untitled 2-II-73, 1973 (좌) 고요 5-Ⅳ-73 #310’, 1973 (우)

특히나 김환기의 72-73년에 이은 기하학적 구조를 띈 파란 점면화들은 윤형근의 작품 세계에 있어서 아주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김환기의 위 작품에서의 기하학적 네모난 구성은 윤형근의 흑과 백의 예술세계에 큰 축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윤형근, 청다색, 1975

거대한 캔버스를 검정색과 백색의 검정칠이 전해지지 않은 무, 비어있는 공간으로 남기는 이 간결한 구성은 윤형근의 하나의 트레이드 마크로 여기어지게 되었다.

 

 

윤형근의 청다색 시리즈는 단순히 한번의 칠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연속적인 칠 행위, 반복적인 행동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결과물이다. 특히나 청다색 시리즈에서 보여지는 흑과 백 (검정칠과 백색의 캔버스) 사이의 암갈색의 은은한 경계션은 반복적인 칠 행위를 통해 색이 자연스럽게 캔버스에 스며든 인위적이지 않은 색이며, 몇십년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 하얀색의 캔버스는 색을 바래 처음에 보았던 하얀 캔버스가 아닌 시간을 머금은 황갈색을 보여주고 있다. 

 

윤형근은 하나의 선 (굵은 검정 층)을 칠 한뒤 그 선이 마르기 전 또 다시 같은 선을 긋고 반복적인 행위를 통하여 결국에는 두꺼운 선 (층)이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이 굵은 검정 층은 하얀 캔버스와 완벽한 색의 대비를 이룬다. 

 

 

윤형근, 청다색, 1976-77 비슷하지만 기분탓이다

이러한 반복적인 공예가를 연상시기는 행위는 두가지 다른 물질들의 만남, 흑과 백의 만남을 이루며 칠해진 공간과 비어있는 무의 공간 두 공간들의 만남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캔버스 내의 비어있는 공간은 공허함 혹은 '비우다'라는 개념을 나타낸다. 참 어렵다 법회시간 같다.

 

이러한 윤형근의 작품들은 서양 예술계에서는 바넷 뉴먼 (1905-1970)의 작품과 비슷하다며 조소를 받은 적도 있다.

 

Barnett Newman, Twelfth Station, 1965 어음 야 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바넷 뉴먼의 기하학적 단색화와는 윤형근의 흑과 백의 작품들은 큰 차이가 존재한다.

윤형근의 작품은 한국의 한지를 이용한 옛 서화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하는 동양적인 단색화라고 생각한다.

 

겸재 정선, 박연폭포, 1750s

한국의 내로라하는 전통 수묵화 작가 중 하나로 손 꼽히는 '진경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 (1676-1759)의 박연폭포가 윤형근의 단색화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 제일 적합한 수묵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정선의 박연폭포에서 보여주는 그림에는 수묵화의 놀라운 기법이 숨겨져 있는데, 풍경과 괴석들 그리고 산의 울창함을 흑색의 수묵의 명암을 통하여 표현한 것도 일품이지만 특히나 중간을 가로지르는 시원해 보이는 폭포의 물줄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수묵이라는 재료가 가진 한계가 분명히 겸재 정선에게 있어서는 큰 고민거리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동양화의 참으로 기발하면서 감탄하는 방식이 있으니 '여백의 미'라고 칭하는 한국만의 멋을 그대로 적용시킨 기법 속히 '비우다'라는 기법을 통하여 물줄기를 표현하는 간결하고도 완벽한 방법을 터특한 것이라 생각한다.

 

공간을 비움으로써 생기는 흑과 백의 대비를 통하여 정선 또한 박연폭포의 물줄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흡족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윤형근, 암갈색과 군청색, 1981

윤형근의 작품에서 내내 강조되는 것이 이러한 한국 산수화, 수묵화에서 강조되고 필연적으로 (재료의 한계성이던 작가의 표현력이던) 쓰여지는 여백의 역할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윤형근의 반복적 행위와 흑과 백, 구성과 비구성, 채움과 비움의 두가지 다른 개념과 구조의 대조를 통하여 한국만의 '여백의 미'를 표현함과 동시에 단색화 라는 하나의 화풍을 대표하는 작가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사족이지만 윤형근의 그림은 특히나 고미술품들과 정말~ 잘 어울린다.

하찮은 가격이라도 윤형근의 작품을 하나 집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절실하다

근데 너무 비싸 ㅠㅠ 아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