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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미술/고미술 고가구 이야기

한국을 대표하는 골동품 고가구 반닫이 - 경상도 반닫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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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지방의 반닫이는 전라도 반닫이와 함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반닫이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라도 반닫이와 경상도반닫이가 다른 지방의 반닫이들에 비하여 특히나 공간감을 가장 잘 살리고 비례미가 뛰어난 반닫이라 인기가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예부터 경상도 지역에는 사대부, 부자들이 많이 산다고 하여 두꺼운 쇠 장석들이 많이 쓰였으며 문양 또한 화려하고 다양하며 궤의 균형 자체가 낮고 긴 (돈궤) 같은 형식을 띄고 있으며, 높이가 낮고 폭이 넓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모든 경상도반닫이들의 형태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구조적인 특징으로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북부지역과 남부지역에 따라 조금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북부지역 (상주, 예천, 안동, 경주 등)은 평균기온이 낮고 겨울이 길기 때문에 옷의 두께가 두꺼우며, 많은 가족들의 옷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넓은 보관 공간이 필요했으며, 이에 따라 반닫이를 넓고 높게 제작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반대로 남부지역 (밀양, 양산, 언양, 진주, 통영 등) 북부지역에 비하여 따뜻하고 사용하기 용이한 낮은 반닫이를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전라도 지방 반닫이에서는 꺽쇠 모양의 거멀못이 주로 쓰인 반면, 경상도 지방에는 평철로 된 감잡이 장석이 주로 사용되었다. 나중에 이르러서는 두 장석이 섞여서 사용되었다. 각 지역이 인접한 지방에 따라, 경상도반닫이라 하여도, 전라도 혹은 강원도 지방의 영향을 받은 반닫이의 형태들도 존재한다. 

 

남해반닫이, 조선후기, 국립민속박물관 / 남해반닫이, 조선후기, 목가구 : 민속유물의이해1, 김희수, 국립민속박물관

남해 반닫이는 '복', '수', '만' 도안이 앞바탕 및 경첩에 큼직하게 박힌 게 큰 특징이며, 꽃 모양 광두정이 주로 들어간다. 특히나 경첩에 태극 문양이 들어가며, 고리 받침 쇠가 화형으로 표현된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수려한 느낌이 있는 반닫이이다. 

 

충무, 통영반닫이, 조선후기, 목가구 : 민속유물의이해1, 김희수, 국립민속박물관

통영, 충무 반닫이는 광두정이 은입사된 경우도 있으며 앞바탕이 오밀조밀하게 쪼여진 것이 특징이다. 주로 부채꼴 모양에 여의주 혹은 박쥐문이 들어가며, '만' 도안이 가장 많은 반닫이로 여겨진다. 만자, 여의주, 박쥐 이 3가지 도안이 정말 화려하게 들어간게 특징이며 여성스러운 멋이 앞바탕 장석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진주반닫이, 조선후기, 국립민속박물관 / 진주반닫이, 조선후기, 목가구 : 민속유물의이해1, 김희수, 국립민속박물관

진주 반닫이는 남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반닫이로 여겨진다. 밀양, 양산, 충무 등의 지방에서 제작된 반닫이들은 광두정이나 경첩들이 넓적하고 돌출되지 않은 반면, 진주 반닫이는 넓적하지 않고 돌출되어서 두껍고 강한 느낌을 준다. 철판재가 두꺼우며 돌출된 들쇠형 배꼽 장석이 특징이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특징은 마름모꼴 (다이아몬드) ◇ 장석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남해, 통영 반닫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예천반닫이, 조선후기, 부산광역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는 경기도반닫이라고 적혀있다...)

예천 반닫이는 중앙에 장생을 의미하는 거북형 경첩이 크게 박혀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 외에 전라도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듯한 공간감이 돋보인다. 경첩에 문양이 없는 대신, 평철에 못으로만 거북형 경첩과 앞바탕으로만 제작된 예천 반닫이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예천 반닫이는 괜찮은 이미지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언양반닫이, 조선후기, 케이옥션 / 언양반닫이, 조선후기, 울산박물관

 

언양반닫이는 앞바탕이 제비초리형이지만 특유의 투각된 구멍들이 굉장히 많고 방패형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특징으로는 문판과 앞널을 이어주는 경첩에 적용된 고리가 다른 지역의 반닫이들에 비하여 다른 것이 특징이다. 본체와 문에 각각 경첩의 코를 만들어 하나로 묶은 연결된 경첩인데, 겉에서 보면 경첩의 코가 두개로 보이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밀양반닫이, 조선후기, 목가구 : 민속유물의이해1, 김희수, 국립민속박물관 / 밀양반닫이, 조선후기, 국립민속박물관

밀양반닫이는 공간을 최대한 남기지 않고 경첩으로 채우는 형식이다. 길고 투각이 화려하게 장식된 경첩들을 사용하며, 경첩의 위와 아래 부분 중 한 군데에 버선코 형식으로 장식한 게 특징이다. 투각이 굉장히 화려하다고 생각한다. 

 

김해반닫이, 조선후기, 월간민화 반닫이 두 번째 이야기 – 세월을 초월한 조선의 멋, 박주열 / 김해반닫이, 조선후기, 국립민속박물관

김해반닫이는 동글동글 한 장석들 약간 버선코 장석을 사용한다. 광두정과 들쇠 고리 및 들쇠에 황동 장석을 사용하여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경상도 지역의 반닫이들은 저렇게 중간중간에 황동 장석을 사용한다. 

 

양산반닫이, 조선후기, 이화익갤러리 / 양산반닫이, 조선후기, 서울옥션
양산반닫이, 조선후기, Pinterest / 양산반닫이, 조선후기, 미리벌 민속박물관

 

양산반닫이는 어찌 보면 반닫이의 종류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가격대가 비싼 반닫이로 평가되고 있다. 경상도반닫이의 진수를 보여주듯 낮고 길며, 4첩을 기본으로 장석들이 두툼하고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2첩으로 구성된 양산반닫이도 있지만, 위에 나열한 이미지들이 전형적인 양산반닫이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가구를 수집하는 고미술품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강화반닫이와 몇몇 지역의 경상도반닫이를 최고로 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 고미술 시장의 가치 자체가 바닥으로 떨어진 만큼, 고미술품의 가치를 지역별로 혹은 형태로 나눈다는 것은 무지한 행동으로 생각된다. 전라도 반닫이던, 경상도반닫이던, 제주도 반닫이던 갖고자 하는 본인의 눈에 이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면 가격이나 가치를 생각하지 말고, 구매하고 향유하게 된다면 그게 진정한 기쁨이라고 생각한다.